(translation: Jaeyong Lee)
이것은 플라스틱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플라스틱병에 대한 이야기이죠. 바닷 속의 플라스틱병이요.
그녀는 오래전 난파된 배의 전령으로서 어떤 비밀을 전달해 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녀는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아주 평범한 플라스틱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일반적인 소비 과정의 맨 끝 단계에서 바로 버려졌고,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하나의 컨테이너에서 다른 컨테이너로 떨어졌습니다. 자신의 수명인 천년(플라스틱의 수명!)의 마지막 날까지 바닷물의 힘에 휩쓸리고 파도에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비슷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어느 낯선 장소에 어두운 태양 아래 남게 됐습니다. 그녀는 지금 바다에서 썩어가며, 계속해서 해수와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파도와 바람의 맹습으로 인해 사라지는 가운데 그녀는 회상을 하는데…
그녀는 갑자기 예전에 예상치 못했던 인류애로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진 후 내쫓겨졌던 한 아름다운 집을 떠올립니다. 당시의 그 귀중했던 시간동안, 짧지만 틀림없는 현기증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소비할 준비가 돼 있는 인간의 일들을 자신이 실현시킬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습니다. 그것을 위해 그녀가 만들어졌던 것 아닌가요?! 그녀는 자신이 회사에서 태어나 기술 발전의 역사에 함께 하게 된 순간을 회상합니다. 그 발전의 초기에 그녀는 미래의 플라스틱병 사용자들의 편안함과 웰빙을 보장함으로써 이 시대의 위대한 경제적 모험을 육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 그녀는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경제적 위기, 지구 온난화, 환경에 대한 위협, 생명과 건강에 위험이 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추상적이고 먼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이 플라스틱병은 사실 우리의 에너지 관리, 특히 화석 연료 에너지 관리를 관찰해 온 목격자였습니다! 그녀는 심지어 식량을 보호하고 저장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기 때문에 농업 비즈니스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녀는 분명히 자신의 기여가 얼마나 미미했는지를 인정할 첫 플라스틱병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병은 현시대의 사려깊은 통치 방식 덕분에 자신이 소비 사회의 일원이었다는 것 또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 친구는 그녀에게 움직임에 장애가 있는 어떤 젊은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좋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는 병 뚜껑을 딸 수 있는 개인용 펜치 한 개를 3D 프린팅하여 가까스로 자신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진정 마술과도 같은 일이죠!
“플라스틱병”, 여기에 이름이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 이 단어가 전세계 많은 언어들로 어떻게 불리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단어는 남성명사일까, 여성명사일까? 어쩌면 중성명사인가? 그순간 처음으로 어떤 언어들에는 이 현실을 표현하는 그런 단어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다소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들은 그 공백의 차이를 어떻게 채웠을까? 그때 그녀는 이 단어가 그녀에게 의미를 주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 이상으로 그녀의 정체성을 만들었다는 것을요. 그렇다면 그녀는 이 시대의 어휘 사전 목록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할까요? 물론이죠! 그녀는 만능인데,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참조 대상이자 인류 사회 진보의 확실한 증표 아닌가요?
우리가 진보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그녀는 방금 드론이 날아다니는 것을 본 것 같습니다. 이상합니다! 이 버려진 장소에 도론이? 잘못 본 환각인게 분명합니다. 플라스틱병은 자신이 환각을 느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같은 생각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기 시작합니다.
만약 그녀가 책을 쓸 수 있었다면, 그녀가 가로지르고 건넜던 해외의 강과 산, 숲과 도시, 육지와 바다를 지칠 줄 모르게 묘사했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은 놀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플라스틱병은 아주 많은 국경과 나라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녀가 여행했던 모든 곳에서 아주 심각하게 불공평한 빈부 격차를 목격했습니다. 그녀는 또한 무역과 문화의 세계화에 주목했습니다. 여러분은 그녀를 믿어도 됩니다. 왜냐하면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그런 전세계적 변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죠. 누가 알겠어요? 어쩌면 그녀가 우리의 세계관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고, 플라스틱 사용자들의 무한한 재능을 끌어내면서 전세계에 수많은 기발한 일자리들을 만들어 낼지!
오래 전, 그녀가 탄생하기 전, 한 디자이너가 작업하던 컴퓨터 속의 스케치에 불과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아름답고 굴곡 있는 몸매로 전세계를 사로잡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래는 그녀의 손에 달렸었죠. 어떤 위험도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종류의 재앙도 아주 먼, 거의 일어날 일이 없는 것이라고 믿었죠. 하지만 이제 그녀는 이 수중 환경의 미래가 붕괴 직전에 놓여 있고 극도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플라스틱병은 의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녀가 다르게 살았을까요?
그녀는 이 연약한 지구에 대해 생각하면서 인류를 포함한 모든 종들이 점점 더 위험에 빠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자신의 몸의 각각의 분자들이 분해되면서, 그녀는 스스로가 오랜 역사, 진화 및 그 이론에 대한 질문의 정점이라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그녀는 분명 바닷 속의 플라스틱병에 불과하지만, 마지막 숨결을 거두기 전 아직 성취해야 할 일이 남았는지 생각합니다. 사실 그녀는 재계약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지 않고 계약 의무를 이행했습니다! 누가 이 이상한 상황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을까요?
플라스틱병은 지독하게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녀는 그녀가 느끼는 바를 세상과 소통하려고 합니다. 그녀는 우리가 가장 현대에 마주친 문제들과 그 해결책에 대해 깨어있는 « 우리 »의 양심에 호소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아직 존재하지 않는 대륙 위에서 죽어가는 이 플라스틱 병에게 이 문제는 다소 복잡해 보이지 않나요? 분명히 미래 세대는 그녀에 대해 결코 아무것도 알지 못할 것입니다.
그녀는 그것을 바꾸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이전에 하려고 했던 일들 중 일부는 하지 말아야 함을 이해시키고, 사물, 생명체 및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관한 교육 방법을 재고해야 함을 이해시키기 위해 모든 일을 다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유토피아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바닷 속 플라스틱병의 유토피아, 더 이상 어떤 책임도 떠맡을 수 없고, 어떤 지성도 소용이 없는.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결정은 이미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플라스틱병은 생각합니다. 이 결정을 다시 할 수 있다면… 하지만 그녀는 즉시 생각을 멈춥니다. 우리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이 얽히고 헝클어진 모든 실타래를 반드시 미리 예측하고, 이것을 예전보다 더 잘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플라스틱병은 이 모든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끊어버립니다. 갑자기 한 손이 그녀를 잡습니다… 믿기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확실합니다. 그녀로 하여금 이 세상을 사랑하게 했던 소통의 따뜻함을 그녀는 다시 느낍니다. 순간, 자신의 과거가 필름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자신의 설계 도면, 생산 공장, 그녀를 사 간 한 가게의 선반, 어떤 집에서 있었던 멋진 파티, 그리고 길었던 쓰레기 사슬, 그리고 어느 날 그녀를 이 광활한 바다로 이끈 바보같던 길의 모든 여정들! 갑자기 그녀는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어떤 목소리를 듣습니다 : « 이건 어디에서 온 거지!? » « 말도 안 돼! 좋은 예가 될 것 같은데, 가져가자… »